Personallity

[      성격      ]

침묵하는 · 괴짜 ·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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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을 것 같이 바람결을 닮은 소년이다. 방랑은 유구한 천성으로 발걸음이 한 곳에 머무르는 일이 없다. 단순한 공기의 흐름이 어떠한 메세지를 담지 아니하듯, 소년의 호흡도 늘 침묵뿐이니 번역할 도리조차 없다. 따라서 그의 의사를 짐작하는 건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내어둘 뜻이 없는 것이 아니고 그저 속에 담아두기를 선택한 자의 답답한 버릇이기에 듣고자 하면 해답을 얻어낼 수는 있다만, 침묵을 선택한 자에게는 이유가 있으니 구태여 속을 뜯어다가 들여다보지는 않는 편이 좋을 테다.

머나먼 창공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항상 초점이 애매하다. 안구 자체가 유리구슬처럼 투과되는 빛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퍽 대비되는 모습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의 낯에 대한 평은 대부분 이러하다. 말하지 않는 만큼 얼굴 위로 드러내지도 않으며, 얼핏 우울한 것처럼 보일 만치 덤덤하다. 외부 자극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편인데, 도무지 어린아이처럼 보이지 않아 꺼림칙하다는 평과 그런 점이 오히려 순수의 증명처럼 보인다는 편이 양립한다. 어찌하든 오퍼레이션: 페라스 쪽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므로 교정되지 않은 채다.

그가 향유하는 지식의 범위와는 별개로 타자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듯 보인다. 선험적으로 얻은 본능과 살아가면서 얻는 상식이란 것이 일반적으로는 비슷한 결을 띠기 마련인데, 이 소년에 한해서는 그런 법칙은 적용되지 않은 것 같다. 나쁘게 말하자면 사회성이 없는 것이고 좋게 말하자면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것이겠다만 보통 괴짜라는 말로 일축되는 걸 보아하니 좋게 봐주는 쪽이 압도적 소수다. 사고의 방향이 조금 별나다고 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고, 따지자면 선량한 쪽에 가까우므로 소년 자체를 꺼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총을 들고 있을 때 빼고.

무료하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공상하는 걸 좋아할 뿐 언제나 악의는 없다. 배려의 방식이 서투를 뿐 위해주려고 하는 마음씨가 엿보인다. 어린 동료들은 그의 저의를 파헤치기가 어려워 기겁하곤 하지만 연구원들에게는 나름 귀여움받고 있는 것도 같다. 본인은 자각이 없지만 일단 예뻐해주니 고맙게 받아들이긴 한다. 그에 대한 보답인지 또래들보다는 조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경향이 있다. 12기수가 선발된 이후 최연장자 라인에 들어간 탓에 인제 와서는 그냥 친구가 적은 사람으로 보일 뿐이라는 점이 안타깝다.